영화 <의형제>가 거뜬히 300만 관객을 넘자 연출을 맡은 장훈 감독에게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충무로에서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문하생이었을 뿐 이름 난 감독도 아니었을뿐더러, 처녀작 <영화는 영화다> 역시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형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큰 흥행을 연일 계속해서 이어나가자, 장훈 감독의 첫 번째 영화 <영화는 영화다> 역시 개봉 당시 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단순한 깡패영화로 볼 수 없는 영화, <영화는 영화다>

사진출처 : <영화는 영화다> 홈페이지


 
 <영화는 영화다>는 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원작은 김기덕 감독이 썼고, 제작자로까지 참여했지만 장훈 감독의 색깔이 확연히 묻어난 첫 번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깡패에서 획 하나를 뺀 강패, 그것이 소지섭의 극중 이름이다. 역시 스타에서 획 하나를 더한 수타, 그것이 강지환의 극중 이름이다. 한 사람은 뒷골목에서 주먹질을 하면서 살아가는 깡패이고 다른 한 사람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살아가는 배우이다.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의 영화에 깡패와 함께 출연해야 하는 수타와 가짜가 아닌 진짜로 싸워야 한다는 전제조건 하에 영화 촬영에 동의한 강패의 조합은 참으로 불편하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긴장감이 지속된다.


 영화 속에서 두 명의 남자가 촬영하는 영화는, 단순히 영화가 아닌 ‘현실’이며 그들의 ‘삶’이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그의 말처럼 “어쩌다 보니...” 깡패가 된 강패는, 여전히 배우라는 직업을 동경하지만 그 이면에는 배우는 현실을 모방하는 직업이라는 반감을 갖고 있다. 반면 화려한 배우의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질을 죽이지 못해 매번 사고만치는 수타는, 깡 하나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건방지고 오만한 성격으로 인해서 주변에는 사람이 없고, 여자친구 역시 이런 수타에게 질려서 떠난 지 오래다. 이런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가진 두 남자가 오로지 ‘영화’를 위해서 만났다. 영화 속에서 보여 지는 액션 장면은 모두 거짓이고 ‘따라 하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강패는, 수타에게 진짜로 싸울 것을 제안하고 수타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들이 싸우는 장면은 거짓이 아니므로, 꽤 치열하고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인천공항 가는 길의 영종대교를 배경으로 한 갯벌에서의 싸움은 <영화는 영화다>의 명장면으로 손꼽힐 만큼 인상적이다.


 연관 없는 사람들에게는 자칫 ‘별 거’ 아닌 영화에 그들이 그렇게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강패에게는 영화 촬영이 그가 살아온 삶은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반성의 계기가 되었고, 수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수타에게는 ‘영화는 모방이다’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진 강패를 혼내주려는 의도가 더해져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거짓과 모방이 아닌 진짜 싸움을 통해서, 가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진정한 그들의 삶을 사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영화다>는 통속적 깡패 영화의 길을 그대로 밟지 않았다는 평을 들었다.

 
 <영화는 영화다>는 개봉 당시 많은 관객을 들이지 못했지만, 군더더기 없는 내러티브와 액션 느와르 장르를 결코 진부한 깡패영화로 만들지 않은 장훈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은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무거운 소재를 똑똑하게 풀어낸 영화, <의형제>

사진출처: <의형제> 홈페이지

 

 <영화는 영화다>가 장훈 감독이 하고자 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어낸 작품이라면, 두 번째 작품인 <의형제>는 ‘세계 유일 분단국가’라는 소재를 가볍게 풀어나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장훈 감독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도록 완성시켰다. 즉, <의형제> 역시 남자들의 우정을 그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남북의 분단이라는 비극적 현실과 안타까움이 담겨있는 것이다.


 영화는 초반부(6년 전)와 후반부(6년 후)로 나뉘는데, 6년 전과 6년 후의 상반된 색깔이 참으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영화의 초반부, 그러니까 6년 전 시점은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와 남파공작원 지원(강동원)의 쫒고 쫒기는 느와르적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러나 6년 후의 영화의 분위기는 전과는 상반된다. 여전히 지원의 등을 바라보지만, 한규는 한결 가벼워지고 지원 역시 초반에는 볼 수 없던 미소를 보인다.


 장훈 감독은 영화 초반의 느와르적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지 않고, 중반 부분에서는 두 명의 주인공이 농촌을 오가며 티격태격하는 코미디를 적절히 가미한다. 그리고 끝부분에서는 다시 느와르로 돌아오지만 결국에는 따뜻한 드라마로 마침표를 찍는다. 장훈 감독이 이렇게 여러 장르를 영리하게 섞은 까닭은 아마 무거운 소재를 무겁게 보이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상업적 의도에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의도는 딱 맞아떨어지고 있다. 장훈 감독의 첫 번째 작품인 <영화는 영화다>가 전형적인 깡패영화의 방식을 따라가지 않은 것처럼, <의형제> 역시 지나친 블록버스터를 도입하지 않았고, 따뜻한 휴머니즘이 있는 최루성 영화라고 할 수도 없다. 만약 <의형제>를 보기 전에 여기저기서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폭발물이 터지는 블록버스터를 기대했거나, 눈물을 흘리려고 손수건을 준비했다면- 안타깝게도 <의형제>를 볼 때에는 웃을 일이 더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만큼 장훈 감독은 이야기를 무겁게 풀어나가려고 하기 보다는, 비극적인 현실에 코미디를 적절하게 엮었다고 할 수 있다.


 <의형제>에는 단순히 남북한의 분단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에서 비교적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결혼 이민자들의 문제 또한 존재한다. 혹자는 장훈 감독이 한 영화 속에 무리하게 많은 소재를 담은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결혼 이민자들 역시 감독의 의도임은 분명하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결혼 이민자들은 한국에 거주하지만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투명 인간’의 취급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한규나 지원 또한 가족이 있지만, 가족에게 그들은 없는 존재와 다름없다. 이처럼 감독은 자칫 분산될 수 있는 여러 소재들을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꼼꼼하게 맞추어 나가 하나의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은 통속적인 깡패 영화의 법칙을 어느 정도는 수용했지만, 대부분의 시퀀스를 자신만의 색깔로 채워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속 두 남자의 싸움은 흔히 보던 깡패 영화와는 다른 느낌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세상에 진절머리가 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두 배우의 모습이 잊혀 지지 않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반면 <의형제>는 첫 번째 영화보다는 가벼운 느낌이지만 소재 자체는, 가볍게 다루기 힘든 ‘분단’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곳곳에서 감독의 숨은 의도(분단된 철조망 등)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의형제>를 두 번째 장편 영화로서 이제 막 발돋움하고 있는 장훈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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